엄마
짬뽕 한가닥 2024. 9.7. 토 아침에 막걸리 작은 한잔. 점심에 잔치국수 국물 다섯 숫가락, 막걸리 작은 한잔. 저녁에 작은 새우 한마리, 막걸리 작은 한잔. 오늘 엄마가 드신 식사이다. 오늘은 엄마 방에 오래된 일회용 배달 플라스틱 그릇, 누나가 사준 한번도 신지 않은 실내화, 욕실에 놔드렸지만 물건을 쟁여놓으신 3단 욕실용 물건 선반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 옷걸이, 엄마가 손수 만드신 고추로 만든 장아찌를 치워드렸다. "내가 아무래도 더 살지는 못할 거 같아" 라고 하셨다. "형이 10년은 더 사실거 같다고 하셨으니 걱정 마세요" 라고 대답하니, 엄마가 잠시나마 힘없는 미소를, 살며시 지으셨다. 며칠전에는 라면 3가닥을 드셨고, 또 며칠전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셨다. 또 며칠전에는 짬뽕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짬뽕을 사왔다. 짬뽕 한가닥을 힘겹게 드셨다. 어제는 평소좋아하시던 닭발이야기를 했더니 사오라고 하셨다. 닭발 1개를 채 못드셨다. 아직까지 살아 계신게 기적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정신을 잃지 않으신게 너무나 감사하다. 아침저녁으로 틈날때마다 살짝 껴안고 "사랑해요. 고마워요 엄마" 라고 귓전에 얘기한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 지금처럼 자주해본적이 없다. 아니, 이전에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거의. 원래는 "나도 아들 사랑해" 라고 해주시는데, 어제 오늘은 듣기만 하시고 말씀이 없으시다. "엄마 할말 없을때는 '사랑해' 라고 하는 거에요." 하니, 살짝 빙긋 웃으시고, "나도 아들 사랑해" 하신다. 엄마 방을 치우는 일이 힘들다. 가슴이 사이다를 마신것처럼, 이산화탄소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쎄하고 철렁한다. 계속해서 이산화탄소가 식도와 심장에, 파도가 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