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막걸리 한잔

2024. 9.16. 월

내 앞에서는 말씀 한마디 힘없어서 못하신던 엄마가, 형이 오니, 말씀 소리가 거실에 있는 나에게 까지 들린다. 내 앞에서는 당장 돌아가실 것처럼 힘없던 엄마가, 그래도 형이 오니 살아나신듯 하다. 사람은 옆에 있기만 해도 힘이 된다. 언제나 혼자 보다는 둘, 셋이 낫다. 

이제 막걸리도 잘 못드시는 엄마에게, 힘없는 엄마에게, 걱정이 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엄마 병원에 가서 검사도 하고 링겔도 맞을까요? 병원에, 그래도 한번 가봐요."

말씀도 없이 이대로 돌아 가실 듯 하다. 심중에 있던 말을 꺼낼까 말까...고민하다가, 무심하게 툭하고 꺼내놓는다.

"엄마, 유언 있으면 말씀해보셔요"

"...없어"

없어라고 하신건지, 아무 말씀을 안하신건지 잘 들리지는 않지만, 없다고 하신듯 하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다가 가는데, 이렇게 해줄게 없을까. 이렇게 허무할까. 이렇게 할말이 없을까.

나는 잘 듣지못하시는 엄마의 귀에 대고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워요"

엄마가 오랜만에 화답해주신다. "지금까지 사랑하고 살았자나"

나는 피식하고 웃었는지, 미소를 지었는지, 그 중간 어딘가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이말이 웃기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우스웠다.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하지않으면.

엄마는 곧 돌아가실 듯 하다.

들리는 말로, 어르신이 곡기가 끊어지면, 3일을 못넘긴다고 했다.

엄마의 양식, 막걸리, 엄마는 이제 막걸리도 잘 못 넘기신다.

병원에 억지로 라도 모시고 가면 엄마는 좀 더 편안하게 사실 수 있을까?

아니면, 제대로 대접도 못받고 고생만 하시다 가실까?

나이가 60을 향해 가는데도 이런게 판단이 서질 않는다. 혹시 엄마가 숨을 쉬지 않으면 119에 신고를 하고, 119대원들이 CPR을 하면, 하도록 놔둬야 할까? 아니면 말려야 할까? 갈비뼈가 부러지고 엄마가 사시면, 현재의 고통위에 또 다른 고통을 안고 사셔야 하는데, 엄마의 입장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미 어느정도 결정을 하고 있다. 장인어른이 응급실에서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다. 장인어른은 어떤 연명치료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슬펐지만, 그나마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어떻게든 살아서 병원천장만 쳐다보며 사는것은 안될일이다. 그건 고문이다.

나는 CPR을 못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 엄마는 이미 고통속에 살고 계신데, 고통을 가중해서, 엄마를 괴롭힐 수 는 없다. 

엄마......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엄마가 편안하실까요.


짬뽕 한가닥

2024. 9.7. 토


아침에 막걸리 작은 한잔.

점심에 잔치국수 국물 다섯 숫가락, 막걸리 작은 한잔.

저녁에 작은 새우 한마리, 막걸리 작은 한잔.

오늘 엄마가 드신 식사이다.


오늘은 엄마 방에 오래된 일회용 배달 플라스틱 그릇, 누나가 사준 한번도 신지 않은 실내화, 욕실에 놔드렸지만 물건을 쟁여놓으신 3단 욕실용 물건 선반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 옷걸이, 엄마가 손수 만드신 고추로 만든 장아찌를 치워드렸다. 


"내가 아무래도 더 살지는 못할 거 같아" 라고 하셨다.

"형이 10년은 더 사실거 같다고 하셨으니 걱정 마세요" 라고 대답하니, 엄마가 잠시나마 힘없는 미소를, 살며시 지으셨다.


며칠전에는 라면 3가닥을 드셨고,

또 며칠전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셨다. 

또 며칠전에는 짬뽕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짬뽕을 사왔다.

짬뽕 한가닥을 힘겹게 드셨다.

어제는 평소좋아하시던 닭발이야기를 했더니 사오라고 하셨다.

닭발 1개를 채 못드셨다.


아직까지 살아 계신게 기적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정신을 잃지 않으신게 너무나 감사하다.


아침저녁으로 틈날때마다 살짝 껴안고 "사랑해요. 고마워요 엄마" 라고 귓전에 얘기한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 지금처럼 자주해본적이 없다. 아니, 이전에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거의.

원래는 "나도 아들 사랑해" 라고 해주시는데, 어제 오늘은 듣기만 하시고 말씀이 없으시다.

"엄마 할말 없을때는 '사랑해' 라고 하는 거에요." 하니, 살짝 빙긋 웃으시고,

"나도 아들 사랑해" 하신다.


엄마 방을 치우는 일이 힘들다.

가슴이 사이다를 마신것처럼, 이산화탄소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쎄하고 철렁한다.

계속해서 이산화탄소가 식도와 심장에, 파도가 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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